새해 첫날, 한국에서

9년간의 미국생활을 뒤로하고 12월 30일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에는 1월 1일 새벽에 도착.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 첫날 한국행 비행기

묵은 살림들을 정리하고도 끝까지 아쉬워 버리지 못한 잡동살이를 다 챙겨서, 꾸역꾸역 공항까지 가지고 왔다.

레이몬드 형하고 함께 일보던 동생이 라이드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우버로는 불가능했을 이동이었다.


저녁 7시쯤까지 아파트 청소를 마무리하고 간단히 샤워를 끝냈다.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이사를 나온 케이스로는 두번째구나.

첫번째 케이스는 아주 생각하기 싫은 경우, 이번 마지막 이사는 대충 하자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곳 아파트의 무빙아웃 규정에 청소 언급이 되어 있어서 결국 청소해버리기로 맘 먹었다.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으면 디파짓을 전부 돌려줍니다

디파짓 100% 돌려받기 보다는 이런 규정이 있는데도 대충 이사나가면 왠지 찜찜해서이기도 하다. 어쨋건 매니저가 집 상태를 어찌 볼지는 나중에 알겠지. 지난 큰 집들 청소에 비하면 이런 작은 아파트 청소는 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청소가 문제라기 보다는 챙길 짐 정리가 문제였다.​

끝까지 버리지 못한 짐들로 인해, 공항으로는 출발을 해야할 시간이고 이민가방은 가득 차 있는데 그래도 마무리 정리해야할 것들을 봉투에 담고 박스에 담고 모두 다 끌어모아 챙긴다. 별이도 인형부터 모자, 자신의 작품들을 버리기 아쉬워 다 챙긴다.

분명 아빠를 많이 닮았다

공항 도착, 유나이티드로 예약을 했지만 공동운항 아시아나 뱅기를 타기 때문에 체크인을 어디서 해야할지 분명하지 않았었다. 확실히 하고자 전날 아시아나로 전화를 했는데 대기시간 15분, 차마 기다리지 못하고 끊었더랜다.

뭐, 유나이티드로 예약을 했으니 체크인도 그곳에서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은 공항 도착 후 유나이티드 창구에서 체크인이 안되는 상황에서 ‘아이구‘ 했다. 역시나 뭔가 찜찜하면 확인을 해야한다는 후회감.​

짐이 많지 않으면 창구 이동하는게 그닥 어려운게 아니였지만, 챙겨서 이동해야할 짐은 이민가방 4개, 기내용 가방 2개에 베낭 2개, 그리고 뭔 잡동사니 가방과 박스에 옷들.. 나름 공항 많이 다녔지만 이 처럼 많은 짐은 처음이다.​

별이는 아직 9살. 이동해야할 거리는 걸어서 10-15분 정도. 카드 하나와 남은 짐들은 끌고 이동했다. 카드를 2개 이용할 걸 그랬나보다 싶더라.​

뱅기 출발 2시간 전 약간 넘어서 아시아나 창구에 도착.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

이민가방 4개는 유나이티드 체크인을 고려해서 정확히 50 파운드(23kg)에 맞췄다. 아시아나 체크인이면 1kg 정도 오버는 인정해주기 때문에 4kg 정도를 더 담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확인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어쨋건 이 보다 창구 이동하는데 있어서 더 힘들었다는.. 그래서 이민가방의 무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외의 짐들이 많아 보였는지, 기내 가방의 무게도 확인을 하자고 한다. 보통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던데 말이다.​

기내 가방의 무게를 재보니 하나는 20kg, 다른 하나는 16kg. 허.. 차마 내가 재보지 못했던 무게였다. 나도 놀랐다는..

직원이 하나는 추가로 짐에 붙여야 할 것 같다고 한다. 200불을 주고 그래야하나?​

다시 짐 정리를 하기로 한다. 정리라기 보다는 버릴 것들을 골라내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아시아나 체크인이라 아시아나 골드회원이라 붙이는 짐 중 한개는 32kg 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아시아나 화이팅!

와이프가 버리고 오라고 한 이불 2개 중 하나는 집에서 정리했지만, 챙겨온 이불 하나도 공항에서 버리게 된다. 결국 버려야할 것들이었다는..

이불 하나의 무게 3lb 밖에 안된다. 나머지 가방들에서 짐들을 버려야 무게가 줄어들건데, 그냥 눈 감고 손에 잡히는 것들 버린다. 이불 담은 봉투에 한 가득 짐을 담아 버렸다. 아까웠지만 말이다.​

쌩쇼~ 를 하고 다시 무게를 재 보았다. 약간 오버였지만 직원이 짐들 버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는지 그냥 눈 감아준다. 다시한번

아시아나 화이팅!

유나이티드라면 상상도 못할 상황이다. 역시 한국 최고.. 감사했다. 이런 항공사가 없어질 위기니 안타깝다.

힘겨웠지만 다행히 뱅기에 올라탔다. 비행기 안에 승객들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누가 이동하겠는가? 이렇게 운행하면 적자는 당연하겠다. 마음이 짠했다.

별이는 신이났다. 몇일 전부터 한국 들어간다고 마음이 둥 떠서 있었다. 자주 비행기를 탔던 별이지만 오늘은 첨 타본 것처럼 난리가 아니다.

어쨌건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한국땅으로 다시 들어왔다. 귀국 과정을 잘 남겨보고자 사진이나 영상도 중간 중간 찍을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하질 못했다. 너무 정신없이 일이 많았던 것이다.​

공항에는 동생이 마중을 나왔다. 동생 차로 집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바로 보건소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들어왔다. 1월 1일이라 와이프가 떡국을 준비해 주어서 동생 먹이고 보냈다. 나와 별이는 지금부터 14일간 격리다.​

격리 2일째 아침, 6시에 눈이 떠진다. 어찌된 것이 꿈속에서도 짐 정리였다. 2020년 시작부터 끝 마무리까지 짐정리만 4개월간 한 듯하다. 1년새 2번의 이사를 한 결과다.​

이제 남은 격리 시간동안은 맘 편히 앞으로의 일을 계획해야겠다.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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