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생각없이 달이를 대하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달이한테 미안한 마음으로 재우게 되었다.
지난주가 돌이었던 달이, 말 못하는 아기들은 자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우는 것으로 요구를 한다. 이유없이 울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잠자리에 들어야할 달이가 울어 재끼는 것에 또 한번 정신줄을 놓을 뻔 했다.
목욕 하기 전에 달이가 이유식을 많이 먹었다는 엄마의 이야기(그래서인지 분유를 많이 먹지 않았다고 하였었다). 목욕 후에 잠자리에 들어야할 둘째가 자지 않을려고 하는 듯 우는 것에 배고파서가 아닌 언니랑 더 놀고 싶어서 라고 판단하고 한참 줄다리기를 했던 것이다.
자야할 시간에 자지 않을려고 때를 쓰는 것으로 보이니, ‘어릴때 버릇은 일찍 고쳐야한다’라는 주의라 배고파 우는 아기에게 또 한번 무식하게 훈계? 교육? 을 하였던 것이다. 우는 것은 소용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우리 둘째는 첫째에 비하면 죽어라 운다. 목이 쉴때까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거다. 첫째와는 완전히 다른 아이의 기질이다.
결국 엄마가 먹다 남은 분유를 건내준다. 냉장고에서 꺼낸 거라 차가울텐데, 달이가 울어 재끼느라 데울 여유도 없었다. 그냥 한번 줘보는데, 왠걸 배가 고팠던 것이다. 부족해서 더 분유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울어 재낀다.
엄마가 분유를 만들어 왔음에도 내가 먹일려하니 울며 먹질 않는다.
엄마가 달래며 안아주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친 달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엄마가 주는 분유를 먹는다.
생리적으로 배고파 잠을 청할 수 없었던 아기를 데리고 교육이랍시고 훈계하며 줄다리기 했던 내가 참으로 바보같았다. 이제 돌지난 말도 못하는 아기한테 말이다. 생각해보니 달이에게 오늘 점심때 많이 먹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목욕 전에 먹었던 것은 점심 밥이었을 거다.
얼마 전에도 배고파 우는 달이를 두고 한참 실랑이를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때도 우리 달이는 배고프면 울어 째낀다고 결론을 지었음에도 오늘도 같은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곤히 자고 있는 달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아빠가 정말 미안하구나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