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부모가 바람직한 부모가 될 방법은?

이번주는 아빠와 함께하는 영어 파닉스를 제외한 모든 시간표 일정을 비웠다.

너무 빡시게 일정을 잡아서 힘들다는 별이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번주는 자기주도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보라고 한 것이다. 일주일을 그렇게 보내보고 함께 평가를 해보자고 했다. 아빠가 만들어준 시간표를 따라 하는 것과 자기주도적 일과를 보낼 경우를 비교해보자고 한 것이다.

오늘 그 하루를 보냈는데, 나름 열심히 시간을 보낼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긴 했다. 그래도 내 양에는 안차 보이는 것이.. 영..

아침 온라인 학교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었다. 엊그제 먹고 남은 코스코 훈제 닭고기에 김치 넣고 볶은 요리로 대충 준비했다. 점심 먹는 것 까지는 특이사항이 없었다.

별이는 밥먹으면서 책을 읽기 때문에 이런저런 대화할 시간이 없다. 한국에 들어가서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시간때 만큼은 책을 보지 않기로 약속아닌 약속을 받아 논 상태이지만 당장은 책 보는 것을 막질 못한다.

먼저 점심을 끝내고 식탁테이블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보고 있는데, 싱가포르수학 책을 가져와 오늘 푼 문제를 내보인다. 이러저러 해서 이렇게 풀었다 면서

맞게 풀긴 했다. 여기서 그냥 ‘잘했네~’ 하면 끝났을 것을 뭐라도 좀 더 알려준다면서 다른 방식으로도 생각해 볼수 있다면서 말을 꺼냈다.

이 순간 별이가 나의 말을 끊으면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 연필이 이렇게 생겼는데, 이거는 지우개를 끼울수 있고 다 쓰면 이렇게 바꾸면 되는데.. 좋지? 하면서 불라불라 (생략)

갑자기 화재를 돌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묵묵히 들어줬다. (실제 별이는 자주 그런다. 자신의 머리속에는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선 나름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빠가 건내줄 이야기를 다 알고서 그런건지,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짐작한 것을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그렇지만 바로 답을 하지는 못한다.

이러이러한 것을 알려줄려고 한 것인데, 별이는 아빠 말을 잘 듣지 않고 이렇게 했다.. 라면서 훈계가 시작되어 버렸다. 내가 말하는 어투가 그닥 부드럽지 않다. 평소에도 자주 그렇지만 나는 그냥 말을 하는 것인데 별이는 화내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뾰루퉁 해져서 자기 방으로 책 들고 들어간다. 나름 칭찬 받고 싶어서 정답 맞춘 문제 보여줄려고 온 건데, 아빠는 칭찬 보다는 혼을 낸 것이다.

나름 차분히 훈계를 한다고 했지만, 말의 어투는 벌써 화가난 상태였나보다. 이래서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인데 알면서도 자주 그런다. 그러고 나서 식탁테이블을 치울려고 보니, 아이구.. 아직 접시에는 점심이 남아 있었다.

다시 별이를 부른다. 왜 항상 식사를 마무리 못하고 다른일을 보는지에 대해 또 한마디를 했다. 별이는 입이 튀어나와 시큰둥하게 억지로 밥을 입에 넣는다. 이 모습을 보니 속이 타서 진짜 화를 내 버렸다.

왜 항상 밥을 한번에 끝내지를 못하니?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맘에 안든다고 그냥 뾰루퉁해져서 자리를 피해버리면 안된다거나

열린 마음으로 항상 자신이 부족한게 있으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한다는 둥,

이 험한 세상이 엄마 아빠처럼 모든 일에 그냥 ‘오냐 오냐’ 하고 받아주지 않는다는 등..

한바탕 쏟아버렸다. 결국 별이는 울었다. 울면서 남은 밥을 다 해치우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 뒷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짠하다.. 와이프가 자주 하는 말이 뇌리를 때린다.

당신이 별이 나이때 어땠는지 생각해 보세요

라고.. 나는 별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이런 방법이 맞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알면서도 자주 그런다. 허..

실제 요즘 유튜브용 영상 찍다 보니, 녹화된 영상 편집하면서 보면 나의 말투가 화내는 것처럼 들리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그 비중이 많았다. 반성해야할 부분이긴 하다. 내 맘은 그게 아닌데 말이다.


2시부터 아빠와 파닉스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친구와 줌에서 함께하는 숙제시간이 많이 오버가 되었다. 30분 늦게 와서..

이제 파닉스 하자

그런다. 학교 숙제가 산수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것이다. 옆에서 듣기로는 친구랑 열심히 많이 놀기도 한 듯 보이던데 말이다.

어쨋건 언제 그랬냐는 듯 별이는 다시 예전의 별이로 돌아왔다. 뒤끝이 없는 별이.. 큰 장점이긴 하다. 이 부분도 엄마나 아빠를 닮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많은 부분 부모를 닮지 않았다는..

하지만 파닉스를 하면서도 나름 고집을 피우길래,

그래.. 그러면 알아서 하세요!

하고 말을 끝냈다. 맞던 틀리던 나름 고집이 세다. 이점은 아빠 닮았구나.

이 후로 아빠는 뾰루퉁해서 컴퓨터 앞에서 일만 한다. 냉한 아빠를 보면서 안되겠다 싶었는지 별이는 한두번 와서는 말을 건낸다. 여전히 냉한 나의 모습.. 나는 뒤끝이 많나 보다.

어제 처럼 늦게 자면 안되겠다 싶어, 8시 30분이면 침대에 누워라고 했다. 말은 고분고분 듣는다. 행동이 안 따를 뿐이다.

오늘도 공자님의 말씀? 을 전해본다. 실제 어린이 논어책을 읽어주는 것 뿐이다. 이 아빠는 별이 덕분에 논어도 읽고 있다.

지금 시간 9시 30분, 책상에 앉아 파닉스 영상 찍은 것 편집하다가 문득 생각이 든다.

진정 부모가 스승이 되긴 쉽지 않는가? 가능은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부족한 부모가 아이들에게 좋은 스승이 될 방법이다. 성숙한 부모 밑에서 아이들은 잘 배우고 잘 따를 것이다. 나처럼 많이 부족한 부모라면 과연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좋은 스승에게 그냥 맡겨라? 돈도 돈이지만 좋은 스승은 어디서 찾으란 말인가? 공부가 되었던 운동이 되었던 우리 별이는 선생님을 잘 따르긴 한다. 그래서 좋은 환경 속에 둬야 별이는 더 잘 자랄 것이다. 그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하는 게 부모의 역할일진데,,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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